[목양칼럼] 12월 26일 2022년
Publish on December 30,2022관리자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습니다. 매년 거듭되는 발길이라, 쉬지 않고 반복해서 돌을 언덕 위로 밀어 올려야 했던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고된 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쳇 바퀴 같은 일상을 돈다해서 무가치한 건 아닙니다.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제 각각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도 일상에서 벗어난 파격적 일탈 때문이 아닙니다. 일상과 다른 새로움이 아니라, 새롭게 일상을 맞이하는 것 뿐입니다. 일상을 떠난 삶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삶을 살아간다는 건 일상을 소중하게 가꾸며 가는 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갓지게 일상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조차 주어진 매일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법입니다. 그래서 모든 게 다 지나온 시간을 수놓는 아름다운 기억들로 남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지성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논어에 등장하는 말인데,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이 간신의 말에 현혹되어 신료들의 시정 권고를 듣지 않은 사례들을 언급할 때도 이 말이 등장합니다. 고집불통의 지도자 밑에서 국가가 안정될 리 없고, 백성들이 평안할 틈이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신학자인 폴 틸리히는 '죄'를 '소외'와 결부 시킨 바 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진 소외가 곧 죄라는 뜻입니다. 사이가 벌어지니 친밀감은 말할 것도 없고, 홀로 서 있기 조차 버거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성버성한 관계 속에서 선한 열매가 맺힐 리 만무하니, 삶이 힘들어 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은 삶을 조화롭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하나님과 화목하고 사람 사이에 화해를 이루는 것이지요. 그것이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꾸어가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샬롬의 세상과 같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자기 수고의 열매를 누릴 뿐만 아니라, 서로를 돌보며 필요를 채워주는 사이좋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것이 사치가 되지 않고, 일상이 주는 평범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라기는 새로 맞이하게 될 한 해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매 순간 다가오는 하나님의 은혜에 더 많이 감사하며 사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년 이 맘 때에는 민틋한 일상을 수놓은 아름다운 기억들로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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