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5월 15일 2023년 Publish on May 18,2023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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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연복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배우고, 마지막 세상 떠날 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엄마”라고 한 바 있습니다. 부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어머니”, 그 이름이 고된 삶 속에 몸부림치는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만큼 현실의 벽이 차갑게 애워싸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예전에 어머니들이 “배부르고 등 따순 게 으뜸”이라고 말씀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배고픔만 면해도 행복하다고 생각할만큼 다들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시대에, 어머니들은 아무리 고된 일상을 보내더라도 가족들이 먹을 따뜻한 밥을 짓는 일에 소홀한 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밥한술을 보면서, 자신의 주린 배를 대신 채우려는 게 어머니의 마음이었습니다.
둥지를 떠난 자식들의 소식이 궁금할 때도, 영락없이 어머니는 “밥은 제때 챙겨먹고 다니는지“를 묻곤 합니다. 사는 게 바빠서 제곁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자식에게 행여 짐이 되지는 않을까 문앞에 한보따리 음식을 몰래 두고 가면서도 서운한 기색이 없습니다. 심드렁하게 ”왜 힘들게 시키지도 않은 일 하냐“며 핀잔을 주는 자식들도 그마음이 따뜻해 식은 찬밥도 한 술에 넘어 갑니다. 먹고 나면 왜 그렇게 힘이 나는지, 그 어떤 보약 보다 효능이 좋은 게 엄마 손맛입니다. 세상살이로 '찬밥 신세’를 한 두 번 겪다 보면, 이골이 날 법도 한데 쉽사리 서러움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을 때도 어머니의 밥상 만한 위로가 없습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솥의 열기가 차가워진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져주는 것이지요.
육신의 어머니가 따뜻한 밥상으로 마음의 위로를 준다면,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매일의 양식으로 취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메마른 영혼을 살게 하는 힘인 것이지요. 말씀으로 인해,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듯 찬밥 신세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에 생명의 기운이 돕니다. 차디 찬 현실의 벽에 얼어 붙은 우리의 영혼을 언제나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힘이 말씀 안에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철이 들어 보이지 않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한 눈에 담을 때가 오듯이, 하나님의 말씀도 날마다 마음에 새기며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도록 영적으로 깨어 있는 신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