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3월 13일 2023년 Publish on March 15,2023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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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떽쥐베리의 작품 속에서 어린 왕자는 조종사가 그린 모자 그림을 보고서 단박에 코끼리를 삼킨보아뱀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어른들은 모르는 상상과 순수의 세계를 어린왕자는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득도한 성자의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신선하게 인식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발한 발상과 해박한 지식이 늘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생각해 낸 어린왕자도 정작 자기 별에 있는 장미꽃의 존재에 대해서는 난딱 깨우치지 못합니다. 어디에선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자라나 피운 꽃은 어린왕자에게 여간 까탈스러운 존재가 아닙니다. 바람막이를 해달라, 유리덮개를 씌워 달라며 답작이는 꽃에 어린왕자는 마음이 이내 상해 버립니다. 그래서 실망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 어린 왕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어린 왕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러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에서 뱀을 만난 어린 왕자는 자신의 ‘쓸쓸한 감정’을 고백합니다. 그 때 뱀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도 외롭긴 마찬가지라고 알려 줍니다. 쓸쓸함의 원인은 상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관계의 부재 때문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다 두고 온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기만의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작은 여우의 말대로 꽃을 위해 자신이 소비한 시간 만큼 자기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값없다는 말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한 생명을 위해 아낌없이 내 주신 영원한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시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진짜로 값없이 여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곤 합니다. 도저히 갚을 수도 없는 그 큰 은혜를 현실의 가치 보다 값싼 연민 정도로 매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에게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는 데에도 인색합니다. 데면데면하며 쉽게 눈길을 딴 데 두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로 간에도 쓸쓸한 마음을 호소하며 헛헛한 세상을 염려하는 소리가 제법 커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지고 사람들도 서로 사이 좋게 지내는 법을 잊은 결과입니다. 소중함을 잃어버린 세상 만큼 쓸쓸한 삶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