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5월 22일 2023년 Publish on May 26,2023 | 관리자
페이지 정보
본문
탈무드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랍비가 제자에게 묻습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아이의 얼굴은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다른 아이의 얼굴에는 그을음이 없었네. 그렇다면 두 아이 중에서 누가 얼굴을 씻었겠는가?" "그야 물론 얼굴이 더러운 아이겠지요." 제자의 대답에 랍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씻지 않지. 하지만 얼굴이 깨끗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매진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씻는다네." 이 대답을 한 후, 랍비는 뜬금없이 제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그러자 앞서 스승의 대답을 들은 제자는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얼굴이 깨끗한 아이겠지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랍비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굴뚝 청소를 했는데, 어떻게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고, 한 아이만 더러울 수 있단 말인가?"’
조금 엉뚱하면서도 이해가 쉽지 않은 이야기 같지만, 그 핵심은 아주 명료합니다. 첫번째 질문은 상대방의 더러움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씻는 아이를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남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잘못을 정정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두번째 질문은 근본적으로 자기 성찰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더러운 곳을 지난 뒤에는 남과 상관없이 묻은 그을음을 씻어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자신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자기 성찰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이 탈무드의 가르침을 우리의 신앙생활에 그대로 적용해 보아도 좋을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얼굴에 그을음이 묻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든지 묻은 그을음을 씻어 내야 한다는 교훈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회개하고 이전과는 다른 변화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남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변화되든 아니면 극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변화되든, 그 방식은 변화의 본질적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삶의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영적 피조물로 거듭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말씀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영에 묻은 그을음을 씻어내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여정은 수도 없이 많은 굴뚝을 지나치면서 죄와 오점으로 그을린 우리의 영을 씻어내는 수련의 연속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만일 날마다 시험을 치뤄내듯 이 과정을 반복한다면 버텨낼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에게 보혜사 성령을 통해 이 여정을 동행하며 인도해 주시리라 약속하셨던 것입니다. 금주는 그 언약대로 성령이 우리에게 강림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령의 임재를 통해 어두운 굴뚝에 그을린 우리의 영이 온전히 씻김 받는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