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1월 9일 2023년 Publish on January 09,2023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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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 문화(Zodiac Culture)에 따르면, 금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해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계(癸)는 흑색이고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니까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예부터 우리 전통문화에서 토끼는 꾀가 많은 동물로 간주되었습니다. 실제로도 지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천적을 피할 수 있는 토끼만의 생존 방식은 민첩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두 눈이 양 옆을 향해 있어 360도를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넓은 데다 소리에 민감해서 재빠르게 도망갈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주 팔자를 따지는 것으로 잘 알려진 명리학의 기준으로 보면, 계묘년은 ‘새싹에 비가 살살 뿌려지는 모습’에 가깝다고 합니다. 뭔가 파릇파릇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주어서, 그 어느 때 보다 희망적인 일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는 신년 운세를 내놓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꿈 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토끼띠 해가 주는 싱그러운 기운이 실제로도 올 한 해 모든 이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희망과 기대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한자로 새로울 신(新)자의 의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서(立) 있는 나무(木)를 도끼(斤)로 잘라내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인데, 나무에 도끼로 생채기를 내어 새순을 돋게 한다는 뜻입니다. 말 뜻 그대로, 새로워지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의미합니다. 게다가 그 변화는 생채기를 내는 아픔을 수반합니다. 잘려나가는 고통을 겪은 뒤에야 새 살이 돋아나는 이치입니다.
그것은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고난 없는 부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바울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옛 사람은 죽고, 다시 새 사람으로 부활하는 것이라고 말한 까닭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는 진통의 관문을 지나기 마련입니다. 포기해야 할 현실적 편리와 익숙함이 다소 불안과 염려가 되겠지만, 새싹에 움이트기 위해선 진통을 피할 길 없습니다. 대신에 탐욕으로 그늘 진 세상의 풍조에 먹힌 바 되지 않기 위해 꾀와 민첩성을 갖춘 토끼 같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변화되기 위해 겪어야 할 진통은 감내하면서, 토끼처럼 지혜롭게 희망의 결실을 맺어가는 것이지요. 계묘년인 금년 한 해가 여러분 모두에게 삶의 풍성한 열매를 거두기 위해 새싹 위에 또 다른 땀과 눈물을 뿌리는 신앙의 변곡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