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10월 23일 Publish on October 24,2022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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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이라는 대중적 축제에 묻혀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0월 31일은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으로 촉발된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보통 개혁이라 하면 새로운 것으로의 변화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개혁이라는 한자만을 봐도 그렇지요. 개혁은 고칠 개(改)와 가죽 혁(革)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서에 따르면 이 말은 본래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다듬어 없애는 과정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털을 없애는 이유는 가죽을 원래의 쓰임새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개혁이라는 말은 고쳐서 완전히 새로운 다른 성질로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래 가죽의 형태나 기능을 더 잘 살리기 위해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과정에 가까운 의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교회 개혁도 없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회복하는 의미를 함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도 복음의 사역에 대해 율법의 폐기가 아닌 율법을 본래의 의미로 회복시켜 완성하기 위함이라 말씀하셨지요. 율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담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본래 그대로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 중 가장 으뜸 계명을 궁금해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면죄부를 팔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상품화시켜 버린 교회를 개혁하려고 안간힘을 다한 사람들도 똑같은 질문을 했지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알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 해답으로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랑만이 생명을 창조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원모습 그대로 가장 잘 보여주는 힘이라고 말씀하신 것이지요. 종교 개혁의 참뜻도 사랑을 잃어버린 교회가 다시 그 사랑을 회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교회도 그리스도인도 다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꼴이나 다름 없습니다. 채색 옷으로 갈아 입 듯 물들어 가는 가을 이파리를 보며 자연의 아름다음을 느끼듯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세상의 빈틈을 채워가는 사랑을 볼 수 없다면 생명도 이내 그 가치를 잃어 버리게 되겠지요. 그래서 이 맘 때만 되면 이해인 수녀의 ‘10월의 기도’란 시가 떠오릅니다.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