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10월 17일 Publish on October 17,2022 | 관리자
페이지 정보
본문
성큼 가을이 다가 오니 뜨거운 열기가 식어서 좋기도 하지만, 내심 찬 기운에 몸 상할 일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요즘입니다. 비켜갈 수 없는 게 세월이라 하는데, 지긋한 연세의 교인들을 보면 가더라도 좀 더디게 가라고 떼라도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변해가는 것처럼, 어르신들의 하루도 예전 같지 않게 변화가 큰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먹먹해 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벽 제단 앞에 아이들 재롱 좀 더 오래 볼 수 있어서 천천히 자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뭐가 급하다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세월의 발목 좀 잡아달라고 기도합니다.
바람 소리에 잠자던 세월도 놀랄까 마음 태우다 보니, 가끔 울리는 전화벨도 반갑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말없이 떠나간 서운함 만큼이나, 아파서 한동안 얼굴 보지 못할 것 같다는 말에 한없이 마음도 무거워지기 때문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미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될 때면, 만병통치되는 약손을 갖지 못한 제 손이 너무나 부끄러워 집니다. 그저 살포시 손을 포개어 기도하는 것 외에 해 드릴 게 없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쉬이 잔상이 떠나질 않습니다. 주님을 예배하기 위해 오는 발걸음 마저 막으면 어떡하냐며 애꿎은 하늘에 찜부럭을 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인 유상희의 <내 허락 없이 아프지마>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꽃이 필 때는 불어오는 바람에게 아프다고 말하잖아. 진주조개는 상처가 쓰리면 파도에게 하소연하는데, 아프려면 사랑하는 당신 물어보고 아파야지. 그래야 아픈 상처 바람에게 호~ 불어 달라 부탁하지. 쓰라린 가슴, 비에게 일러, 어루만져주라 얘기도 하지. 정말이야 이제는 당신, 내 허락없이 아프지마” 디베랴 바다에서 밤새 물고기를 잡던 제자들을 위해, 부활하신 예수님은 뭍에서 조반을 준비하고 그들을 기다리셨습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돌아 올 자식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정성스레 준비한 어머니의 마음처럼 말이지요. 그 달콤한 손맛이 어디 입으로 들어갈 음식 때문 만일까요? 기다림에 더해진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만 할까요? 부족하지만 정성을 담아 간절한 마음으로 생명의 양식을 준비하며, 곧 돌아올 성도들을 기다립니다. 좀 늦더라도, 염려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아프지만 마세요. 건강하게 만나서, 생명의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함께 예배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