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10월 3일 월요일 Publish on October 06,2022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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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뿌리로 삼아 공동체의 기초를 세운 국가입니다. 그러나 1890년 “짐 크로우 법 (Jim Crow Law)”이 제정되어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고 불평등한 인종분리정책이 실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심한 인종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3년 시작된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경찰 폭력과 제도적 인종주의가 얼마나 미국 사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미국의 산업화가 본격화 되기 시작한 1820년대에 광산 및 철도 노동자들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도 기존 백인들로부터 심한 차별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황화론(黃禍論, Yellow Peril)이라는 말의 근원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아시안은 불치병을 일으키고 질병을 백인들에게 전파시킨 불결하고 더러운 인종처럼 인식되었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사망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던 2003년 사스(SARS) 발병 때도 아시안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여, 많은 아시아계 소규모 영세업자들이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첫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는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를 급증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최근의 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과 연관이 있습니다.
흔히 미국을 청교도 정신으로 세운 국가라고 말하는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편견과 차별이 아니라 돌봄과 나눔의 정신에 있습니다. 타인을 나와 다른 존재로 구별해야 할 대상으로 삼기 보다 사랑으로 포용하고 돌봐야 할 한 몸의 지체로 보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종차별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토대 위에 세운 미국사회가 중점을 두어 해결해야 할 제일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금주 뉴저지에서 열리는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산하 반인종차별 위원회의 모임을 주재합니다. 미국 사회의 소수 인종으로 살아가는 한인 공동체에게 인종차별은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을 키우는 교회라는 우리 교회의 표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인종문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분명합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은혜로 돌보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신앙의 유산도 더이상 인종차별로 소외되는 일 없이 돌봄과 나눔의 정신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