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길라의 영적 리더십 Publish on December 16,2018 | 홍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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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8장 1~3절에 보면 바울이 고린도에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만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부는 바울과 함께 천막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부터 쉽게 바울과 동역을 할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바울을 만나서 고린도에서 함께 사역하였고 바울을 따라 에베소로 가서 그곳에서도 함께 사역하였다.
브리스길라 부부는 글라우디오 황제 때 로마에서 고린도로 이주하였다(사도행전 18:2). 2세기의 역사가 Suetonius에 의하면 Claudius 황제가 ‘Chrestus’라는 사람의 일로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축출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마 Christus(그리스도)를 잘못 표기해서 ‘크레스투스’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그리스도 때문에 혹은 ‘크레스투스’라는 사람 때문에 유대교 회당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이것이 로마 사회에 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글라우디오 황제가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에 관련하여 독특한 것이 하나 있다. 당시 사회에서는 가부장적 사회이기 때문에 부부 이름이 나오면 언제나 남편 이름이 먼저 나오는데 이 부부는 성경에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모든 경우에 부인 이름이 먼저 등장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바울은 더 여러 날 머물다가 형제들과 작별하고 배 타고 수리아로 떠나갈새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함께 하더라”(사도행전 18:18). “그가 [아볼로가] 회당에서 담대히 말하기 시작하거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듣고 데려다가 하나님의 도를 더 정확하게 풀어 이르더라”(사도행전 18:26). “너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하라”(로마서 16:3). “‘브리스가와 아굴라’와 및 오네시보로의 집에 문안하라”(디모데후서 4:19). 그런데 고린도전서 16장 19절에서는 딱 한 번 아굴라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아시아의 교회들이 너희에게 문안하고 ‘아굴라와 브리스가’와 그 집에 있는 교회가 주 안에서 너희에게 간절히 문안하고.”
왜 사회 관습과는 정반대로 교회 안에서는 아내인 브리스길라 이름이 남편 이름인 아굴라보다 먼저 나오는 것일까? 결혼하기 전에 브리스길라의 신분이 아굴라보다 더 높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평등사상이 있는 교회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런 표현이 사용된 것은 아내인 브리스길라가 그 가정의 영적 리더라는 의미일 것이다. 보통 교회에는 여자 성도의 수가 남자 성도에 비해 많다. 평균적으로 가정의 영적 리더 중에 여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또 부부가 함께 신앙생활 하는 분들도 부인이 가정의 영적 리더인 경우를 많이 발견한다. 하나님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신앙 면에서는 부인을 그 가정의 영적 리더로 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인이 그 가정의 영적 리더가 된 경우 그것을 극구 부정할 필요가 없다. 영적 리더이면 그런 줄 알고 리더의 책임을 다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누가 가정의 영적 리더가 되었든 그 사람에게는 영적 리더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부인이 가정의 영적 리더라면, 그가 신앙적으로 가정을 잘 이끌어야 한다. 말을 많이 해서 이끌라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서, 말씀대로 순종하는 삶을 통해서 이끌라는 말이다. 남편이 잘못된 선택을 하려 할 때 그것에 동조하지 말고 성경적 원리에 따라 그가 바른길로 방향을 바꾸도록 힘써야 한다.
그런데 남편이 잘못 갈 때 그것을 막지 못하고 도리어 함께 가는 경우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예가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이다. 이 경우는 보통의 관례대로 남편의 이름이 먼저 나왔다. 남편이 베드로 앞에서 거짓말하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비극적인 일은 아내가 이것을 막지 못하고 함께 거짓말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부가 한 날에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그 둘 중에 영적 리더가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제대로 분별하고 영적 리더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성령님께 죄짓는 것을 막았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부는 영적으로 함께 살든지 함께 죽는다. 영적 리더의 책임을 가볍게 보지 말고 가정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야 한다.